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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포스트 코로나 공모전] 우수상 작품
작성자 : 김호관
우수상, 간호학과 박미영 학생의 편지 작품입니다.


[코로나 이후로의 삶에서도 희망아닌 소진되었을 너에게]

간호학과/박미영

‘포스트 코로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딱 맞는 책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내 책장을 둘러보았어.
영국의 미래학자이자 앨빈토플러, 다니엘 핑크와 함께 세계 3대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리처드왓슨의 책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라는 책이 눈에 띄더라. 독후감 형식으로 이 편지를 쓰기 위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 조금 어렵더라. 나는 여름에도 크리스마스캐롤을 듣는 사람이야. 그만큼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거지. 사실 이 책이 어려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 남아있는 이유는 표지가 예뻐서야. 그 예쁜 표지도 어려운 내용을 감당하기엔 읽기 어렵더라. 이 분은 고전소설과 유명한 영화를 많이 보셨나봐. 이름만 들어도 어디선가 들어본 책들과 영화가 부분부분 소개되더라고.

나는 책을 덮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 걷던 중에 여름방학 때 아빠가 함께 등산했던 것이 기억나더라. 아빠는 먼저 이 산을 와본 적이 있어서 “앞으로 더 가면 힘든 구간이 나올 거야. 아빠도 힘들었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그 때 나는 이렇게 말했어. “처음 가 본 산인데 내가 힘들지 안 힘들지 어떻게 알아요? 어쩌면 저한테는 안 힘들 수 있잖아요.” 그렇게 등산로를 따라 가다보니 그 힘든 구간이 나오더라. 정말 아빠 말씀처럼 힘들었어. 숨이 턱턱막히고 어질어질하더라. 그래도 내가 한 말이 있지. 나에게는 안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허리를 곧게 펴고 척척 올라갔어. 곧 정상에 다다랐고 나는 먼저 살아간 사람들이 해주는 말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고깝게 듣지는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2학년 2학기가 많이들 힘들어서 끝나고 나면 자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주워들으며 그렇게 2학기가 시작되었어.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약하리라.’ 성경 말씀을 패러디해서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내가 꼭 저랬거든. 학기를 시작할 때는 여름 방학 챌린지도 참여하고 방학을 푹 쉬다가 학교로 간 거라서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그 기대가 무너진건 아마 중간고사 성적이 나오고 향상학습 과제를 하게 되었을 때였던 것 같아. 타지에서 혼자 사는 외로움도 있었고 성적이 썩 좋지도 못한데 조별과제는 많더라고. 그 때 나는 심리학적 용어로 ‘소진’되었던 것 같아. 잘할 거라고 기대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나는원래 갖고있던 아토피가 심해지고 여러 상황에 치이고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고 관계에서 어쩔 줄 모르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휴학과 자퇴를 생각하면서 담임 교수님께 상담도 했었어. 중간고사까지 봤기에 휴학은 불가능한 시기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학교를 다니기로 했어.

사실 나는 전문대학교졸업자 전형으로 학교를 온 만학도야. 내가 가진 학사는 심리학 전공이었어. 그래서 내게 필요한 것이 상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조별과제가 너무 어려웠고 개인과제는 하기 싫었고 공부는 더더욱 힘들었어. 그런 내가 생각해낸 좋은 생각이 상담이었지. 그래서 받기 시작한 개인상담을 통해서 나는 인생에서 해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돼. 변명 아닌 해명말이야. 나는 항상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가고 함께 하고, 소외된 것을 싫어하며 어려서부터 반장을 도맡아한 리더십있는 아이였어. 그런데 그것도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더라고. 에너지가 아무것도 없는 0%의 사람이 되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더라. 그런 내 자신을 이해할 수 없고 자책이 될 때 나는 늘 피하고 숨고는 했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는 했지. 그러니까 소진될 때까지 나는 내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힘들어하기만 한거야. 그럴 때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해결해나갈 용기를 북돋아주니까 참 용기가 생기더라. 그것이 내겐 상담이었어.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참 쎈척하는 사람들로만 모인 것 같아. 그래. 인생을 살다가 쎈 척하고 싶은 순간들이 올 수 있어. 난 힘든데 힘들지 않은척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적은 것 같고 해결은 되지 않아서 ‘눈물이 차오르는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서 또 살짝 웃어.‘ 이 가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것 같더라. 그렇게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척 하다 보니 혼자 있을 때조차 울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더라.
만약 나와 같은 ’소진‘의 경험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주저말고 학교 상담센터가 가보길 권해. 힘든게 해결 되지는 않더라도 우리에게 견뎌낼 힘은 생기니까 말이야. (학교 상담센터 홍보글로 뒷광고를 받지 않았어^^) 그저 꼭 상담실이 아니더라도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면 그 친구가 경청에 재능이 있는 친구라면 더더욱 좋을 것 같아.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세상은 참 빨리 변하고 코로나의 위기에서도 어느덧 벗어나는 것 같은 요즘이야. 누군가는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마스크도 빨리 벗고 친구도 다시 만나고 학교와 회사도 다시 나가고, 취미생활도 하고, 경제도 회복되고 점점 좋아질 것을 소망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을거야. 세상은 또 변하겠지.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은 더 늘어날거야. 어쩌면 우리는 ’배우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학교 커리큘럼에 들어가야 하는 사회를 살고있는지도 몰라.

나는 자기계발과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의 책들을 많이 읽어왔는데 앞으로의 사회는 점점 더 진보하지. 전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대. 한마디로 코로나 이후로 변화된 것들이 많이 있잖아? 언택트 시대의 일하는 방식, 공부하는 방식 등이 많이 변화하였는데 이 변화에서 뒤처지면 살아남지 못하는, 어쩌면 처음에 말한 ’인공지능이 두려운 사회‘가 되는 것이야. 왜 골드만삭스에서 임원 100명을 자르고 1명 남겨놓았는데 그 1명도 인공지능 기계 다루는 역할이었다는 이야기 들어봤어? 그렇게 세상은 변할거야. 앞으로 우리가 4년 배운 지식도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는거지.

그럼 학교를 왜 다닐까? 내 나이 스물 여덟까지 생각해봤어.학교는 자격증같은 거야. 학문 탐구도 아니고 엄청난 인맥을 만드는 곳도 아니야. 그냥 이십대이면 꼭 가져야하는 자격증이자 과정. 내가 학교를 안 다니고 다른 뭔가 일도 안하는 이십대 초반을 보냈었어. 초중고 시절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고졸”이라는 단어가 나와는 상관이 없을 줄 알았어. 그런데 대학을 다니지 않는 20대 초반 나는 뭔가 열등감에 쌓여있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고 뭔가 자신감이 없더라. 그래서 학교를 가기로 했어. 나는 늘 동기들보다 언니였고 지금도 언니야. 지금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대학은 옛날 부모님시절 고등학교같은거야. 그래서 꼭 PASS해야해. 그게 좋은 대학이나 학과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학교를 다니면서 너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일 있더라고 반드시 통과해야할 관문 같은 거지. 그래서 왠만하면 동기들과 으쌰으쌰 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다니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 이 글을 읽는 네가 스무살이면 축하해. 스무살이 아닌 서른, 마흔, 쉰이라면 축복해. 학교 다니는 게 쉬운 게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데 또 드는 생각이 있었어. 왜 소진될까? 왜 학교를 다니면서 힘들어질까? 내가 찾은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서 인것 같아. 자신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나 열심히 할 거야. 그것을 지속시키고 유지하는 것도 배워가면서 학교를 다니겟지. 너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사람을 좋아해본적 있니? 왜 여자(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런 연애대상을 만났는데 왠지 나랑은 상관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말이야. 나는 늘 연예인같은 주위 사람들을 좋아해와서 그 감정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고 있어. 그런데 그것이 꼭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더라. 앞에서 말한 ’자신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일‘에서도 그 벽이 느껴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 일례로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글쓰기로 상을 받지 못한 고등학생때의 경험이 있어. 나보다 글에 관심도 없어보이는 친구들이 줄줄이 상을 받을 때 느꼈던 혼자만의 고독한 슬픔을 나는 기억해.



결국 소진되는 이유는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평가가 어떠한지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주변의 평가에는 성적도 들어가고 교수님의 칭찬이나 조별활동의 조원들의 평가도 들어가지. 왜 연예인이 힘든 이유가 악플 때문이래잖아? 우리는 그 댓글을 성적으로 받고 있는거지. 나도 학교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내가 성적이 안좋아서 였던 것 같아. 실습 시험 보는 것마다 재시험이고 의학용어도 잘 못외우고 앞자리도 앉기 싫어지고 교수님들 몰래 핸드폰하고. 그런 의미없는 시간들이 늘어나니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거지.

앞으로 새로운 시대에 살게 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배우는 법‘을 배워서 차근차근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인재가 되기 위해 배우는 것과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인내하는 법을 익히는 것인 것 같아.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 올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때야 말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때인 것 같기도해. 내가 좋아하는 카카오톡채널 ’열정에 기름붓기‘에 나온 3가지 말로 맺어볼게.

1.’저 새의 이름은 앨버트로스, 세상에서 가장 멀리 나는 새다. 정말 크고 위대한 사람들도 그렇단다 오랜 시간 날지 못하고 움츠려있지. 그래서 하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하단다. 하지만 매서운 바람이 불어올 때 그 사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람 위에 올라타 놀라운 일을 해낸단다. 아이야, 커다란 날개를 가진 사람이 될어라. 언젠가 큰 바람은 꼭 오니까.“
꼭 크고 위대한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내 자리에서 내가 인정할 만한 크고 위대한 사람이 되면 된다고 생각해. 그래 그 위대한 사람이 되는 방법은 한가지야. 항상 목표를 위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되는 거지

2.‘그렇게 꿈은 가끔 핑계가 된다. 그는 가장 후회하는 일 중 첫 번째로 꿈을 핑계로 현재 맡은 일에 전력으로 질주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꿈이 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건 꿈을 팔아 핑계를 대는 일이었다. 싫어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 때 당신은 정말 꿈을 위한 일에 온몸을 바칠 수 있게 된다.’
나는 항상 꿈을 핑계로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일에 집중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었어. 덕분에 이 글 읽고 뼈를 맞았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주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거리의 청소를 하는 일일지라도 편의점의 알바일지라도 카페에서 파트타임을 일할지라도 ‘내가 이 일의 장인이다’라는 마음으로 사장님 정신으로 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나도 작은 일을 소홀히 여기지 않으려고.

3. ‘우리는 인생에서 벽에 부딪히면 으레 이런 생각부터 한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말도 안되지 .이건 못해 절대. 하지만 그 벽을 넘기 위한 시도를 해봤는가? 정말로 벽이 높아 넘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못넘을거야 라는 생각이 우리를 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일단 시도해보자. 그벽은 생각보다 훨씬 낮을지도 모른다.’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려보자.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완벽한 것 같고 나는 못나보였던 기억 다들 있을거야. 그런데 그 상대방도 바지를 입을 때는 한 쪽씩밖에 못입는 ‘나와 같은 사람’이야. 그저 내 생각에, 내가 보기에 어려운 사람으로 보일 뿐이지. 그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벽에서도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

나는 이번 2학기가 소진되어서 참 힘들었지만 너에게도 ‘2학년 2학기는 힘들거야’ 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 다르고 역량은 다 다른 법이니까. 하지만 에너지가 빨리는 상황이 오면 조금 기다리고 조금 천천히 결정하기를 바래. 뒤도 안돌아보고 나와버리지 말고. 조금 기다려서 상황이 진정되길,
내 마음이 에너지를 조금 더 얻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나는 간호학과야. 간호사들 이 그렇게 탈임상도 많이 하고 자격증 있는데 일 안 하는 사람들도 많다더라. 그만큼 일이 고되다는 거겠지? 그래서 나는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면 힘을 좀 빼고 일할거야. 처음부터 열정으로 달리다가 소진되는 경험을 이미 학교에서 겪었기 때문이야. 그래 우리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의미가 있는거야.

-그 의미를 함께 학교에서 찾아가고 싶은 미영이가 12월의 끝 무렵
지금까지 힘들었다면 앞으로는 힘과 용기가 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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